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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다시쓰는 자본주의

오명호 북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12/09 [09:04]

장하준의 경제학

다시쓰는 자본주의

오명호 북칼럼니스트 | 입력 : 2014/12/09 [09:04]

출판계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여전히 찬반 논란이 팽팽한 도서정가제는 물론, 책 크기에 대한 변형도 만만치 않은 혁신이다. “널리 보급하려고 값이 싸고, 가지고 다니기에 편리하도록 국판의 반쯤 되게 모두 꼭 같은 본새로 만들어 내는 책”. 이른바 ‘페이퍼백’이 서점가에 쏙쏙 등장하고 있다. 정식 명칭은 ‘문고판’이다.

 

 

경제학자 장하준의 대표작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페이퍼백으로 나와 화제다.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 2014)는 경제학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는 책이다. 자본주의에 관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자유 시장주의자들이 말해 주지 않는 진실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라며 서문을 연다.

 

저자에 따르면 자유 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 시장처럼 보이는 시장이 있다면 이는 단지 그 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여러 규제를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총기 거래를 금지한다거나 기부금 입학을 인정하는 것과 같이 사고 팔 수 있는 물건에 대한 규제가 있다.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직업 선택에 면허가 필요한가 하면, 은행 설립의 경우 정해진 기준에 충족하고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는 시장 참여자에 대한 규제다. 이 밖에도 임대료 통제나 최저 임금제와 같은 가격에 대한 규제도 상당하다. 그러고 보니 도서정가제도 여기에 속한다.

 

“시장은 객관적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33쪽

 

책에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고민인 빈부격차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것은 가난한 국민 때문이 아니라 그 나라의 부유한 국민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 뉴델리와 스웨덴의 스톡홀롬에서 일하는 버스 기사의 임금은 약 50배 차이가 난다. 이를 자본주의 상식에서 보면 스웨덴 기사의 생산성이 인도 기사의 생산성보다 50배 더 높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인도 쪽의 운전 솜씨가 훨씬 좋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세계 첨단 기업에서 일하는 최고 경영인, 과학자, 엔지니어 등은 인도에서 유사한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수백 배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 나라의 동일 직종 종사자들과 붙여 놓아도 지지 않는다. 정작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것은 가난한 나라의 부자들이다.” 59쪽

 

이 밖에도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에 관한 기존의 상식을 낱낱이 드러낸다. 마치 내부자에 의해 그 기업의 부조리를 엿듣듯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든다. 그렇다고 자본주의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내세우는 것은 아니다.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해야만 우리 자신의 권익도 제대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다.

 


원본 기사 보기:모르니까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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