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신문=aa] 우리를 감동하게 하는 건, 보통의 삶에 개입한 극적인 상황이 아니다. 극적인 삶을 비집고 들어선 '보통의 나날들'이다. 2인극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는 보통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절대적 사랑을 톺아본다. 캐롯 작가의 동명 웹툰의 두 번째 단편작 '어느 밤 그녀가 우주에서'를 무대화했다.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제이'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은기'의 이야기. 배경은 먼 미래다. 그런데 SF적인 요소는 되레 현재의 한계를 들여다 본다. 지금이 가닿지 못하는 상황을 빌려, 도리어 현재를 분명히 인식하게 만든다. '이토록 보통의'가 내미는 현실 반영의 거울은, '복제인간'이다. 제이와 은기의 복제인간이 연달아 등장하는데, 극 중 실존 인물이든 복제인간이든 모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특히 그 뒤죽박죽은, 사랑에 대한 감정의 혼선이기도 하다. 두 사람(또는 두 복제인간)이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쌓아올린 사랑과 그리고 그 시간을 물리적으로 겪지 않았으면서도 추억만 공유한 사랑이 같은 건지, 관객들의 머릿속도 복잡하다. 진짜와 가짜, 진심과 착각, 환상과 현실 등 상반된 것들이 우주의 별들처럼 산재돼 있다. 뮤지컬은 원작의 이 철학적인 내용을 감성적인 무대와 음악,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으로 옮긴다. 이를 통해 관객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건드린다.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다가, 철학적인 내용에 묵직함을 느끼고, 그 보다 더 무거운 슬픈 감성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는 관객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제이가 은기를 떠나보내는 굵은 줄기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누군가의 빈자리에서 꿋꿋한 인물의 '아련한 성장 서사'도 읽힌다. 일반적인 것으로, 거대한 것을 이야기할 땐 어딘가 현실 외면의 태도가 보인다. '이토록 보통의'는 거대한 것으로 일반적인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을 적극 껴안는다. 코로나19로 인해 보통의 나날이 더 그리워진 요즘, 이 뮤지컬이 더 보이는 이유다. 2019년 초연했고, 이번이 재연이다. LED 비디오 매핑 등 무대와 연출 등이 일부 바뀌었는데 감성은 여전하다. 극작·작사박해림, 작곡·음악감독 이민하, 연출 김태형, 아트디렉터 조수현 등 탄탄한 창작진이 뭉쳤다. 초연 때 '연휘 커플'로 불리며 마니아를 형성한 제이 역의 최연우·은기 역의 정휘가 이번에도 출연 중이다. 제이 역은 강혜인·이지수, 은기 역은 손유동·신재범도 맡는다. 오는 11월21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 <저작권자 ⓒ 우리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인기기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