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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행복 백신 가져다 준 '중림동 행복빨래방'

홍길동 기자 | 기사입력 2021/08/11 [08:01]

서울 중구, 행복 백신 가져다 준 '중림동 행복빨래방'

홍길동 기자 | 입력 : 2021/08/11 [08:01]


[우리집신문=홍길동 기자] 중림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A씨. 거동이 불편해 식사는 인근의 무료급식소에서 갖다 주는 음식으로 해결하고,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해 집안에서 더위를 식힌다. 예전에는 빨래를 하기 힘들어 냄새나는 이불을 덮고 잤지만 지난해부터 빨래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 동주민센터에서 매주 빨랫감을 가져가 깨끗하게 빨래해 다시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중림동주민센터가 지역 내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중림 행복빨래방’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중림 행복빨래방’은 쪽방, 고시원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세탁기를 설치할 여건이 안되거나 거동이 불편해 이불 등 부피 큰 세탁물 처리가 어려운 가구를 위해 마련된 시설이다. 주민들의 제안으로 2020년도 예산에 반영돼 지역 내 취약 계층을 위해 추진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중림종합사회복지관 1층 주차장 내 약 3평 규모의 컨테이너 부스를 설치하고 21kg 드럼세탁기와 16kg 건조기 각 1대씩을 구비해 빨래방을 조성했다. 중림동에 거주하는 저소득 주민들은 이곳에서 사용대장을 작성하고 무상으로 이불과 같은 대형 빨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빨래방에는 도우미가 주말이나 공휴일을 제외하고 상주한다. 도우미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해 2월 동에서 채용한 사회적일자리 참여자로, 올해부터는 공공근로 참여자가 맡고 있다.

도우미는 취약계층의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방법을 안내하고 소모품 관리 등을 도맡아 한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전화로 신청을 받아 직접 어르신 댁을 방문해 이불 등 대형 세탁물을 수거하고 세탁, 건조 후 배달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도우미는 어르신들의 안부 및 상태를 점검하고 위급상황이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주민센터로 즉시 연결하는 복지망 시스템도 형성되어 있다.

올해 6월부터는 중림동 우리동네관리사무소에서 운영을 맡고 있다.

우리동네관리사무소(이하 ‘우동소’)란 동네의 고질적인 문제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중구 내 상업지역(소공동, 명동, 을지로)을 제외한 관내 12개 동에 설치되었다.

전에는 동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이 도우미와 같이 직접 빨래를 수거해왔으나 지금은 이형춘 우동소 현장지원팀장이 매주 목요일마다 공공근로와 함께 동네 곳곳을 다니고 있다.

"매주 빨랫감을 받으러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방문하면 굉장히 반가워하신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해야 하는데 대신 빨래를 시키는 것 같다며 미안해하신다."

중림 행복빨래방에 자주 세탁물을 맡기고 배달 서비스를 받는 김 모 씨(72)는 중림동 최고! 라고 엄지 척을 할 정도로 이 서비스에 만족해하고 있다.

"몸도 불편하고 코로나로 집에만 있었는데 깨끗하게 세탁한 이불을 받으니 내 기분도 덩달아 산뜻해지는 것 같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중림 행복빨래방을 이용한 사람은 474명, 이불 등 침구류 1천305점이다. 1명당 약 3점에 가까운 빨랫감을 처리한 셈이다.

이중 자율적으로 방문해 세탁실을 이용한 사람이 344명(950점), 수거ㆍ세탁ㆍ배달 서비스 이용자가 130명(355점)이다.

"행복빨래방은 중림동에서만 시행하고 있다. 우리 동의 기초수급자 591명, 차상위계층 108명 등 699명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68%가 이 서비스를 이용한 셈이다. 그만큼 주민친화적인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세탁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4곳인 동네 세탁소와의 상생을 생각 안 할 수 없는 노릇. 중림동에 신축 아파트들이 계속 들어서다 보니 동네 세탁소는 아파트 주민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행복빨래방은 필요로 하는 저소득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네 세탁소 주인들의 양해를 구했다.

서양호 구청장은 "주민들이 뜻을 모아 추진된 중림 행복빨래방이 취약계층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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