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도수치료 관리급여화, 중증장애아동·림프·종양 재활 환자 치료 접근성 위협두 전문학회, 제도 사각지대에 공동 우려 표명
대한림프도수치료학회·대한소아통합수기물리치료학회, 도수치료 관리급여화 공동 입장 표명
오는 7월 1일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전환되는 가운데, 대한림프도수치료학회(KALMT, 학회장 박성일)와 대한소아통합수기물리치료학회(KPIMT, 회장 송승혁)가 이번 제도 전환이 림프·종양 재활 환자와 중증 장애아동 및 희귀난치성 및 뇌성마비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며 공동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관리급여는 근골격계질환을 대상으로, 회당 4만 3,850원의 단일 수가에 본인부담 95%, 주 2회·연간 15회(의학적 예외 시 24회)의 횟수 상한, 그리고 도수치료에 앞서 기본 물리치료와 단순 재활치료를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선행 보존치료 우선’ 원칙을 골자로 한다. 두 학회는 이 획일적 틀이 질환별 특성과 환자 상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근골격계 중심 설계가 만든 사각지대 — 림프·종양 재활
대한림프도수치료학회는 이번 제도가 근골격계질환을 기준으로 설계되면서, 림프계 질환과 종양 재활의 임상 현실을 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암 수술 후 림프부종과 림프계 만성질환은 근골격계질환의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평생에 걸친 지속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들은 림프부종에 대한 복합림프치료와 함께, 수술 후 관절 구축과 연부조직 제한에 대한 도수적 중재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박성일 KALMT 학회장은 “도수치료는 손으로 몸을 풀어주는 보조적 처치가 아니라, 수술 후 회복기와 재활 환자가 일상을 되찾는 핵심 치료 수단인데, ‘선행 보존치료 우선’ 원칙은 환자의 상태가 아니라 절차의 순번이 치료 접근을 결정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 수술 후 림프부종과 림프계 만성질환은 근골격계질환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평생 관리가 필요한데, 근골격계와 연 15회를 기준으로 한 이번 제도는 이런 환자군을 처음부터 고려 대상에서 배제했다”고 강조했다.
소아 신경발달 재활도 틀 밖에 놓여
대한소아통합수기물리치료학회는 같은 문제가 소아 영역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뇌성마비, 발달지연, 신경계 질환을 가진 아동에게는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근골격계질환과 일률적 횟수 상한을 기준으로 한 이번 제도는 소아 신경발달 재활의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승혁 KPIMT 회장은 “이번 관리급여는 근골격계질환과 연 15회라는 틀에 맞춰져 있지만, 뇌성마비와 발달지연을 비롯한 소아 신경발달 재활은 이 틀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소아 재활은 성장기라는 한정된 골든타임 안에서 조기에, 집중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일률적인 횟수 제한은 성인보다 소아에게 훨씬 더 가혹하게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비용 통제가 평가 체계를 대신할 수 없다
두 학회는 비급여 관리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와 과잉 청구, 실손보험 재정 악화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는 것이다. 다만 문제의 본질은 도수치료라는 치료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동안 누가·어떤 기준으로·어떤 환자에게 시행하는지에 대한 질 관리와 평가 체계가 부재했다는 데 있다고 짚었다.
박성일 학회장은 “문제의 본질은 도수치료라는 치료 행위가 아니라 그동안 질 관리와 평가 체계가 없었다는 데 있다”며 “그 공백을 비용 통제로 메운 결과,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와 현장 치료사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환자와 치료 현장에 미치는 영향
두 학회는 본인부담 95% 구조가 사실상 환자에게 비용 전액을 전가하는 것이며, 초기 보존적 치료의 문턱을 높여 일부 환자를 더 큰 비용과 위험을 동반하는 치료로 떠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해진 횟수와 적응증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통증과 기능 제한이 남은 환자의 치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아울러 시행을 앞두고 일부 의료기관에서 인력 감축과 근무 조건 악화가 거론되고 있어, 치료 인력 축소가 결국 환자가 받는 치료의 질 저하와 치료 시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학회의 공동 요구
1. 관리급여 전환은 비용 통제가 아니라 환자 치료권 보호를 중심에 두고 재검토되어야 하며, ‘선행 보존치료 우선’ 원칙은 환자 상태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제약하지 않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2. 질환별 특성과 환자 상태를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횟수 상한은 재고되어야 하며, 암 수술 후 림프부종, 관절 구축, 신경계·근골격계 재활 등 지속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군에 대한 예외 기준과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3. 근골격계질환에 한정된 적응증 설계는 림프계·종양 재활을 비롯해 도수적 중재가 필요한 다른 질환군의 치료 수요를 포괄하도록 확대 검토되어야 한다.
4. 뇌성마비·발달지연 등 소아 환자의 의료적 필수성을 인정하여, 소아 물리치료 및 도수치료에 대한 별도 검토 기준과 예외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5. 정부와 관련 기관은 제도 시행에 앞서 치료 현장의 물리치료사, 환자, 전문 학회, 직능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결정 촉구
송승혁 회장은 “림프·종양 재활 환자와 소아 환자는 서로 다른 질환군이지만, 이번 제도에서 똑같이 고려 대상에서 밀려났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학회는 정부에 충분한 협의와 환자 특성을 반영한 예외 기준 마련을 함께 요청한다”고 밝혔다.
두 학회는 “도수치료는 없애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교육하고 평가하고 관리해야 할 치료”라며 “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치료사가 전문성을 갖고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손보험 손해율 조정이나 단기적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목표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합리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결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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